불과 한 달 전 7박 9일로 에어서울을 타고 필리핀 보라카이로 날아갔었습니다. 오랜만의 여행이라 설렘 가득했던 인천공항에서부터 보라카이 도착까지 그 여정을 여러분께 소개하고 싶어서 이 글을 씁니다. 지금부터 3년 만에 방문한 인천공항, 보라카이 입국절차, 에어서울 탑승후기 함께 읽어봅시다.
인천공항 3년만에 방문하다
2020년 1월 초 친구와 함께 신나게 홋카이도 여행을 다녀온 게 벌써 3년이다. 어떤 일이 우리에게 닥칠지 전혀 예상도 하지 못한 채 마냥 즐겁게 눈밭을 뒹굴었었는데 전세계를 강타한 코로나 바이러스로 한동안 발이 꽁꽁 묶여있던 나는 이번 여행이 정말 기대가 되었다. 목적지가 주는 기대감도 있지만 인천공항을 간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미 여행은 반정도 한 셈이었다. 혹여나 늦을까 미리 짐을 챙겨 출발을 했고 잠실에서 공항버스를 타고 1시간 반정도 달렸을 때쯤 인천공항 제1 터미널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사람들이 많지 않았고 한산한 인천공항이 낯설었지만 사람들이 더 몰리기 전에 우리는 우선 수하물을 붙이기로 한다. D카운터에서 에어서울 체크인 카운터가 열렸는데 우리는 출발전날 미리 체크인을 다 한 상태라 수하물만 붙이면 됐었다. 1인당 위탁수하물이 15Kg으로 제한되어 있지만 살짝 넘어도 한국에서는 넘어가주는 분위기이다. 허나 승무원이 말하길 보라카이에서는 정확하게 확인한다고 하니 주의해야겠다. 승무원이 한 가지 더 안내를 해주었는데 바로 이 트래블 QR코드를 다운로드하여놓아야 하는 것이다. 필리핀에 입국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데 출발시간, 편명, 백신접종날짜 등을 작성하면 QR코드를 생성해 준다. 아직은 코로나가 완벽하게 종식된 것이아니라 입국시 꼭 필요한 절차로 필리핀에 도착해서 다운로드하으려면 마음이 급해질 수 있으니 미리 출발 전에 준비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겠다. 수하물 3개를 모두 부친 후 보딩패스를 받으면서 수속은 금방 끝이 났다. 어찌보면 간단한 일이지만 오랜만의 경험이라 마치 미션을 하나 수행한 것처럼 뿌듯함이 차올랐다.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자동출입국심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여권을 스캔하고 제시하는 손가락을 갖다대면 되는 것인데도 뭐가 긴장되었는지 급하게 서두르느라 여러번 시도해야했다. 다행이 무난하게 통과했고 이제는 면세점 쇼핑만이 남아있었다. 들리는 소문에 보라카이 입국심사는 악명이 높아 웬만하면 면세품을 사지 말라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내 친구는 꼭 사야 할 물건이 있어 한번 도전해 보기로 했다. 75ml짜리 향수한개를 구입하고 미리 정보를 찾아 최대한 입국 시 문제가 없도록 준비했고 우리는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알지 못한채 비행기가 이륙하기만을 기다리며 즐거운 수다꽃을 피웠다.
보라카이 입국절차
먼저 보라카이에 도착했을 때 생각보다 추워서 당황스러웠다. 분명 따뜻한 날씨라고 했는데 서울에서 입고온 얇은 경량패딩이 참 고마울정도로 바람이 쌀쌀하고 비는 부슬부슬 내려 체감상 더 춥게 느껴진 것 같다. 칼리보 공항에 도착했을 때 밝지 않은 조명, 권위적이고 삼엄한 분위기, 한국과는 다른 늦은 일처리 속도의 삼박자, 늦은 시간 도착 등 여러이유로 우리는 기운이 없었다. 안내에 따라 먼저 한국에서 준비한 이 트래블 QR코드를 찍었고 여권스탬프를 찍은 후 여권과 얼굴을 대조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기운을 차리기 위해 애써 무뚝뚝한 표정의 공무원을 향해 억지웃음을 보였지만 피곤해 보여 얼른 웃음을 거두어들였다. 수하물벨트에서 수하물을 찾으면 이제부터 두려운 짐검사 시간이 돌아오는데 우리는 잘 될 거야를 되뇌며 순서가 다가오길 기다렸다. 하지만 어김없이 그들은 모든 이의 가방을 펼쳐보라고 했고 비인간적인 생각이 들었지만 입국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우리를 담당하는 직원 역시 표정이 엄청 무서웠는데 그들이 하는 말을 모두 이해할 순 없지만 중요한 건 돈을 내놓으라는 것이었다. 비행기 안에서 입국 시 작성하는 서류에 면세품이 있다는 것을 체크하지 않아서 그리고 면세에 대한 세금 내역까지 총 100달러를 달라고 했다. 어떤 블로그에서 보니 이유를 설명하고 다음에 잘하겠다는 뉘앙스로 불쌍하게 말하면 할인을 해준다고 했던 글이 기억나 우리는 최대한 자세를 낮추기로 했다. 그들은 선심 써주는 것처럼 50달러만 받겠다고 말하는데 그 거만한 표정이 잊히질 않는다. 모두들 우리와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보라카이를 가게 된다면 면세품은 사지 않기를 여러 번 당부한다. 돈은 물론이거니와 즐겁게 온 여행의 시작부터 기분이 가라앉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한 과정을 모두 거치고 나면 입구에서 우리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이제 예약한 버스를 타고 약 2시간 정도를 달리게 되는데 도착시간이 밤이라 주변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자다 깼다를 반복하며 도착한 선착장에서 또다시 배로 15분 이동, 드디어 보라카이섬에 도착하게 된다. 다양한 교통수단을 이용하고 입국과정에 불미스러운 일도 있었지만 자고 일어나 보이는 아름다운 해변을 보니 이래서 사람들이 '보라카이, 보라카이 하는구나' 알게 되었다.
에어서울 탑승기
해외여행 시 다양한 항공사를 이용해보았지만 에어서울은 처음이다. 특별한 이유라기보다 보라카이로 가는 시간대나 에어아시아에 호되게 당한 뒤 국적기를 선택해야게다는 이유가 컸고 비교적 최근에 운항을 시작한 에어서울이 눈에 들어왔다. 저가항공사이고 오랜만의 여행라는 기분에 취해 어떤 비행기의 컨디션이든 우리는 즐길 준비가 되어있었다. 하지만 이런 내 예상을 깨고 우리는 '너무 넓다.'를 도착하는 내내 반복했다. 덩치가 크고 긴 다리가 아니라 자리는 더 여유로웠고 자세를 이리저리 움직여도 공간이 날만큼 편했다. 보통은 무릎이 앞 좌석에 닿을 만큼 간격이 좁아 늘 착륙 후 아픈 무릎을 어루만지고 했는데 에어서울은 작은 내손으로 세 뼘정도는 남은 것 같다. 또 너무 신기했던 것이 좌석마다 휴대폰이나 태블릿을 충전할 수 있는 단자가 있었고 의자 아래쪽에서는 미니 주머니가 있어 충선시 휴대폰을 보관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해 두었다. 개인 모니터가 있어 영화나 게임을 즐길 수도 있다. 우리가 한동안 여행을 못간사이 다른 비행기들도 이렇게 업그레이드가 되었나 싶을 정도로 맘에 들었고 각자 휴대폰을 충분히 충전할 수 있었다. 저가항공사이다 보니 작은 물이나 음료들 모두 유료서비스였지만 다른 항공사 대비 저렴한 편이라 우리도 이것저것 사 먹었다. 추가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는 에어서울 즐길거리를 소개하자면 보라카이나 다낭, 냐짱 괌 등 비행시간이 4-5시간 정도의 중거리 노선에서는 전자책단말기인 크레마 S와 닌텐도를 대여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는 도착하고 나서야 이 사실을 알게 되어 어쩔 수 없게 되었지만 원한다면 수량이 제한적이니 얼른 승무원에게 요청해 보는 것도 좋겠다. 도착할 때까지 그리고 돌아오는 비행기 에서도 승무원은 친절하게 우리를 안내했고 이에 좋은 서비스까지 더해져 앞으로도 중거리 비행에 자주 이용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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